대책없이 떠나는 민다나오 여행 (1) - 다바오로 가는길.

가끔씩  마음속에 바람이 불어올때면 저는 필리핀 이곳 저곳을 여행하곤 합니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그 과정을 좋아해서요.

앙헬레스에 흔히 볼수 있는 아이들의 고향, 사말, 레이테부터 시작해서 바타안, 비콜 등등.. 나름 다양하게 둘러본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가는 세부, 보라카이를 한번도 못가본게 함정이긴 하지만, 한국사람들 흔한 관광지는 별 감흥이 없어서 돈들여 가고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얼마전, 한국에서 고단한 삶에 지쳐가던 어느날, 문득 민다나오를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있어서 민다나오는 뭐랄까.. 항상 신비롭게 끌어들이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사실 민다나오에 가본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예전에 부투안을 거쳐 수리가오 델 수르(Surigao Del Sur)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마침 프로모 표가 싸게 나온 김에 다바오 인근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계시는대로 지금(2017년 7월) 민다나오는 계엄령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잡을때는 계엄령 상태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엄하게 계엄령이 떨어지더군요. 계획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만, 이번에 가지못하면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그냥 계획대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까짓거 딸린 식솔도 없으니 잘못돼도 이 한몸 사라지면 그만이지뭐.. 대략 이런 마인드로 간거죠. 이 글의 제목이 대책없이 떠나는 민다나오 여행인 것도 그런 이유가 큽니다. (물론 이런 마인드를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여행은 안전하게 다녀오는게 제일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_^)

계엄령 내려진 민다나오를 2017년 7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동안 분주하게 돌아다닌 여행기를 이곳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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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민다나오 여행은 앙헬레스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앙헬레스 여행중 며칠간 다녀오는 일정이라서요.

예전에 앙헬레스에서 다바오를 가려면 반드시 마닐라를 거쳐서 가야했습니다만, 요즘은 클락공항에서 다바오로 가는 에어아시아 직항노선이 생겨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지옥같은 마닐라의 교통정체를 겪지않아도 되니 정말 좋죠.

클락 공항에서의 출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5시 정도에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클락이니 조금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어 좋네요. 특별히 들고갈 짐도 없어 간편하게 정말 배낭 하나 매고 가볍게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클락공항으로 가는 수단이 마땅찮습니다. 제가 묵는 곳은 자체 픽업드롭이 없어 알아서 공항엘 가야하는데, 클락공항엔 아시다시피 트라이는 못들어가고 승용차 이상만 들어갈 수 있기때문이죠. 예전같으면 체크포인트에 있는 택시를 편도 400페소 이상 주고 가야합니다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새로운 운송수단이 생겼습니다. 바로 그랩(Grab)이죠. 
스마트폰에 그랩 앱만 깔려있으면 정말 편리하게 택시를 부를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요금까지 기존 택시보다 훨씬 싸니, 가난한 여행자에겐 정말로 좋은 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이용해본 그랩 택시.. 차량도 새차이고, 전반적인 서비스도 만족했습니다.

이른 아침 6시 약간 넘어서 택시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잡혀서 놀랐습니다.


택시에 기사용 그랩앱이 깔려있어서 항시 켜두고 다니더군요. 기사에게 물어보니 아침 5시부터 영업 시작해서, 벌써 제가 두번째 손님이랍니다.
앙헬레스에도 아침일찍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마운틴 뷰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딱 172페소 들었습니다. 정말 편리하고 저렴합니다..

다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랩택시는 클락 공항청사 구역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청사구역 앞에서 차를 내려 청사까지 5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짐이 없는 사람에겐 별문제가 안되지만, 짐이 많은 사람에겐 분명 문제가 될수 있는 부분이므로 유의하셔야 합니다.


아마 저기를 차타고는 많이 통과해 보셨을겁니다만, 걸어서 통과한 적은 거의 없을겁니다. 여행초반부터 남들 안하는 짓을 많이 하네요. ^_^
그래봐야 5분 정도 걸으면 공항청사에 도착합니다. 시원한 아침공기 맡으며 가는 것도 괜찮더군요.

걸어서 도착한 클락 공항 청사 모습입니다. 아침이라 고즈넉합니다.

클락에서 다바오 가는 에어아시아 비행편의 수속이 진행중입니다. 아침비행기인데도 그런대로 사람이 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당시 민다나오 마라위 사태의 여파로 공항 전지역에 대한 보안이 상당히 강화되어 있었습니다.
소지품에 대한 검색이 굉장히 타이트하더군요.

클락공항 국내선 탑승대기실 모습입니다. 아직 국내선 대기실은 신축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반 임시건물 상태입니다.
안에 간이매점 두군데 있고요. 여러모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곧 좋아지겠지요.

탑승시간이 되면 비행기 탑승을 위해 위와 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국제선은 게이트를 통해 바로 비행기로 들어가지만, 국내선은 그런거 없습니다. ㅎㅎ

다바오로 가는 에어아시아 항공기입니다. 
이날 약간의 운이 따랐던 것은 모든 승객이 칼같이 제 시간애 맞춰서 공항에 도착해 줬다는 것..
승객이 다 탑승하니 기장 아저씨, 뒤도 안돌아보고 문닫고 출발합니다. ㅎㅎ
정시보다 10분 일찍 클락공항을 이륙했네요. 필리핀 국내선 타다보면 가끔 겪는 재수좋은 일입니다.

에어아시아 기내 모습입니다. 필리핀 국내선 여객기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에어버스 A-320 기종입니다. 비수기때는 세부퍼시픽의 인천 - 마닐라 노선도 이 기종으로 뜹니다. 요즘은 그보다 조금 더 큰  A-330 이 옵니다만...
에어아시아 기내는 저가항공사의 전형으로 참 싼티나는게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이렇게 저를 태운 비행기는 클락공항을 뒤로 하고 다바오로 향합니다. 안녕~ 앙헬레스.

클락에서 다바오까지는 항공편으로 1시간 40분여가 소요됩니다. 필리핀 국내선 노선중에서도 가장 장거리 노선에 속하는 거리로, 우리나라 웬만한 단거리 국제노선보다도 더 깁니다. 필리핀이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큰 나라라는걸 보여주는 좋은 예지요.


한참을 날아가다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다바오 상공에 들어섭니다.
발 아래로 다바오 시내가 보이네요. 처음 가보는 민다나오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_^


다바오 공항에 안착한 비행기.. 저 멀리에 공항 청사가 보이네요. 먼저 와서 대기중인 세부퍼시픽도 보이고..
다바오는 큰 도시라 항공편도 꽤 많습니다. 마닐라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더군요.


그래도 다바오 공항은 활주로 바닥에 내려놓지는 않네요. ㅎㅎ
게이트를 통해 나오다가 한장 찍었습니다. 수고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에어아시아...


다바오 공항 입국장은 조용하면서도 깔끔했습니다.
여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얻기 편리하게 부스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더군요.


호텔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곳에서 호텔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자신의 숙소까지는 미리 예약해 놓고 오는 경우가 많겠지만 말이죠.


넓은 청사 공간에 비해 약간 휑~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름 다바오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도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여행객을 위한 관광안내 부스도 보이네요.


위 사진에 보이는 문으로 빠져나가면 공항청사를 벗어나게 됩니다.
동선이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리 헤맬 일은 없었네요.
다바오 공항에 대한 첫 인상은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했습니다. 실제 다바오 시티 전체의 이미지가 이와 비슷합니다.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면 앞에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정류장이 나오고, 여기서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공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구역 정리와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처음 방문한 사람도 헷갈리는 일 없이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민다나오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네요.
기대반, 걱정반의 여행이었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걱정은 저 멀리 버려두고,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도착했으니 이제 최대한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지요.
다음 글에서부터 거쳐간 곳에 대한 여행기를 하나하나 계속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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