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떠나는 민다나오 여행 (5) - Jack's Ridge, Davao City.

다바오 여행 둘째날 기록을 이어갑니다.

막시마 리조트에서 낮시간동안 신나게 놀아제낀 저는, 오후가 되어 다바오 시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운좋게도 리조트에서 같이 놀던 코타바토 시티에서온 중년 여성 그룹의 차를 얻어타게 되었는데,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아줌마들도 다바오 자유여행중이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한가지 정보를 줬습니다.

"다바오에 잭스 리지(Jack's Ridge)라는 곳이있는데, 밤풍경이 아주 멋지니 밤시간에 할일 없으면 한번 가봐요."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났던 부나완 아가씨도 언젠가 채팅을 하면서 다바오에 혹시나 오면 잭스 리지를 꼭 가보라고 추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딱히 밤시간에 할일이 없던 저는 잘됐다 싶어 그곳을 가보기로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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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말섬에서 돌아온 저는 일단 숙소에 들러 젖은 수영복과 나머지 짐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잭스 리지로 향했습니다.

잭스 리지는 다바오 시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고지대 언덕으로, 원래 2차대전때 일본군의 관찰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난후 이곳에 바를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세워 관광명소가 된 곳이죠.

언덕 위에 위치한 고지대라서 풍경이 좋고, 특히나 다바오 시내의 밤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야간에 다바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전한 밤문화의 명소입니다.

잭스 리지는 제 숙소가 있는 라낭 지역과는 반대쪽에 위치해 있어서 거리가 꽤 멉니다.
그리고 그 근처로는 지프니가 지나가지 않아서, 교통이 그리 편리하지만은 않더군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전가의 보도, 다바오 택시가 있죠.
다바오에서는 모르겠다 싶으면 무조건 택시타시길 권장합니다. 어떻게 가야하지란 주제로 고민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SM Lanang에서 택시를 타고 잭스 리지로 가자고 합니다.
우리의 기사 아저씨.. 한참을 몰고 가더군요.


서울로 치면 거의 강북에서 강남 을 가는 거리인데, 택시비 200페소 (우리나라 돈 4500원 정도) 나왔습니다.
다바오 택시는 사랑입니다... ㅋ



잭스 리지 입구에 도착하면 위와 같은 게이트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출입객에 대한 검문검색은 철저하더군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조형물이 반겨줍니다. 야간이라 알록달록한 조명을 더해 더욱 예뻐 보이네요.



잭스리지는 언덕 위에 여러 시설물이 한곳에 모여있는 하나의 작은 복합단지입니다.
위 사진이 여러 시설물중 제일 인기있는 바 & 레스토랑, Taklobo 이고요.


그 옆으로는 조그만 수영장도 하나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수영장이 나옵니다.



수영장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고, 야간에도 문을 엽니다. 다만 제가 갔던 시각에는 수영객은 없었고, 옆 매점에 여직원 둘만 덩그러니 남아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TV 드라마를 보고 있더군요. ㅎㅎ



잭스 리지를 구성하는 또다른 시설, Penmar Hall 입니다.
여기는 각종 행사나 연회장으로 쓰이는 공간인데, 다바오에서는 꽤 크고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 외에 잭스 리지에는 커피숍, 바 & 그릴, KTV 등의 시설들이 함께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이렇게 잭스 리지를 상징하는 여러 조형물들이 조명을 받아 예쁘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요.
잘 가꿔진 잔디밭으로 되어있어 밤에 산책하는 기분도 상쾌했습니다.



곳곳에 다바오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조형물과 함께 비치해서 참 예쁘게 꾸며놓았더군요.



두리안의 고장답게 두리안과 관련된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곳을 들어가지 않고도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데이트코스가 되겠더군요. ^_^



한쪽에는 기념품 코너도 마련되어 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템은 없었습니다.
기념품은 악어공원 안에 있는 기념품점이 더 재밌고, 살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ㅎㅎ



이제 Taklobo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잭스 리지 안에서도 제일 조망이 좋은 곳이라 늘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죠.
저녁 식사 시간 전후로는 평일인데도 많은 다바오 사람들이 다바오의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야간에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사진을 찍으려니, 노출시간이 길어져 사진이 흔들리고 부옇게 보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야외 레스토랑중 야경을 볼 수 있는 바깥쪽 테이블이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위 사진중, 중앙 선풍기 왼쪽에 흐릿하게 검은옷 입은 아저씨 몇사람이 보이실겁니다.
이 아저씨들 마리아치들인데, 각 테이블을 돌면서 기념일 맞은 사람이 있으면 즉석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원래 마리아치는 스페인 문화권에서 볼수 있는 악사들로 멕시코나 기타 스페인어권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데,
필리핀에도 몇몇 관광지에서는 아직 마리아치들이 남아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타, 바이올린, 베이스 대략 이렇게 구성해서 노래를 들려주는데, 아저씨들 워낙 베테랑들이라 노래를 참 잘하더군요.
뭔가 기념해야할 날이라던가, 데이트 분위기를 올리려면 이 아저씨들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_^

필리핀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스페인 문화의 잔재를 이곳에서 볼 수 있었네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후 내부를 다시 한번 촬영해 봤습니다.



다바오의 야경을 몇장 찍어봅니다.
다바오 시내의 불빛과 잭스 리지 내의 조명이 잘 어우러져, 온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거기다 잭스 리지는 고지대 언덕이라 바람이 많이 불고, 특히나 밤시간에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로맨틱한 조명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연애하는 연인들에겐 딱맞는 장소가 아닐까 싶네요.



언덕 곳곳에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밤에는 조명이 대부분 잘 밝혀져 있지만 잘 찾아보면(?) 눈에 잘 안띄는 으슥한~ 곳들도 꽤 있습니다.
암만 봐도 이곳은 연애중인 남녀를 위한 공간이 맞는것 같습니다. ㅎㅎ

결론적으로, 잭스 리지는 다바오에서도 손꼽히는 밤문화 명소로, 어떤 형태의 여행자에게도 잘 맞는 복합 공간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같이 가도 좋은 곳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커플여행객들에는 최강의 로맨틱 장소로 기억되지 않을까 강력 추천 드립니다.




대략 잭스 리지를 다 둘러본 후, 한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틀간의 다바오 여행을 무사히, 그리고 나름 재밌게 마친 나 자신에게 상으로 산미겔 라이트 한병을 선물로 주어봅니다.

비록 아무도 옆에 없는 외로운 여행자 신세지만, 다바오 시티의 고즈넉한 야경과 귓가를 스치는 산들바람,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병의 앙상블은 세상 어느 무릉도원도 부럽지 않은 즐거운과 행복함을 제게 주었답니다..

명멸하는 다바오의 불빛과 함께 여행 이틀째 날이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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